발행년 : |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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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 학위논문 |
학술지명 : |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 생명윤리정책협동과정 (석사) |
관련링크 : | http://www.riss.kr/link?id=T13252639 |
무작위 임상시험에서 "등가상태"의 개념과 그 의의
일반주기 :
지도교수: 최경석
참고문헌: p. 67-79
초록 (Abstract)
이 논문은 임상시험에 있어 윤리적 타당성의 조건으로 등가상태(‘Equipoise’)가 필요하다는 것을 논하며 연구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의학의 발전과 신약의 개발은 건강한 인류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가 원하고 바라는 바일 것이다. 새로운 진단과 치료법의 개발을 목표로 하는
의학연구 과정은 인간의 내적·외적환경을 의도적으로 조작하는‘인간에 대한 실험’을 피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임상시험은‘의학의 진보를 위한
필요악’이라고도 불린다. 과학으로서 의학은 치료제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인체실험을 거칠 수밖에 없다. 그 중 의약품의 개발을 위해 임상시험은
필수적인 과정이다. 실험이 없이는 의약품 개발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임상시험을 거쳐 우리에게 돌아오는 의약품은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것이기도 하며 우리가 받는 의료 혜택 중에서 비교적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인류의 복지와 건강을 위해
의약품 개발의 필요성은 임상시험의 당위성과 과학적 타당성을 뒷받침해 주기에 충분한 듯하다. 그러나 과학적 타당성을 가진다고 해서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이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인간이 실험재료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임상시험의 윤리적 타당성에 대해 더 깊은 이해와
성찰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임상시험에서 일반적으로 제기되는 윤리적 물음은 다음과 같다. 질병 예방과 치료에 필수적인 의약품
개발이라는 목적으로 인간을 실험재료로 이용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정당한가? 이는“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가?”라는 물음으로 바꿔 생각해 볼 수
있다. 1978년 미국의‘생물의학적·행동학적 연구에 있어서 임상시험대상자 보호를 위한 국가 위원회’가 정부에 제출한“벨몬트 보고서”(The
Belmont Report)는 임상시험에서 지켜져야 할 세 가지 윤리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인간 존중의 원칙, 선행의 원칙, 정의의
원칙이다. 이 세 원칙 중 기본은 인간의 존엄성에 그 토대를 두고 있는 인간 존중의 원칙이다. 인간이 존엄하다는 명제는 결코 인간이 다른 무엇을
위해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되는 목적론적 존재라는 것을 뜻한다. 성경에서도 나와 있는 것처럼 인간은 신의 형상을 따라 지어졌으며 그러하기에
그 누구도 이러한 존엄성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그러면 인체실험은 이 근본원칙을 어기는 것으로 볼 수 있는가? 이 물음에 답하자면‘인간을 목적으로
대우하라’는 윤리원칙이 의미하는 바를 더 깊이 숙고 해 보아야 한다.
“너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인격에 있어서 인간성을 항상 동시에 목적으로
대하고, 결코 단순한 수단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칸트의 주장인 모든 인간은 그가 누구든, 어디에 살든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면, 단순히 집단적
행복의 도구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칸트는 도덕이란 행복 극대화를 비롯한 어떤 목적과도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도덕은 인간 그 자체를 목적으로
여기고 존중하는 것이다. 칸트는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우리가 자신을 소유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성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자율적 존재이며, 자유롭게 행동하고 선택할 능력이 있다. 칸트에 의하면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한다는 것은 인간을
목적으로 취급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나 자신외의 다른 인간, 즉 타인을 그의 의사(意思)와 상관없이 나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뜻이다. 무엇이 그 자체가 목적이면서 존재만으로도 절대적 가치를 지닐까? 칸트의 답은 인간이다.“인간은, 그리고 일반적으로 모든 이성적
존재는, 이런저런 의지에 따라 임의로 사용되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으로 존재한다. 칸트는 인간과 물건의 근본 차이가 바로 이 점이라고
일깨운다. 사람은 상대적 가치를 지닐 수도 있지만, 절대적이고 본질적인 가치를 지닌다. 나 자신이든 다른 어떤 사람이든, 인간을 절대 단순한
수단으로 다루지 말고, 언제나 한결같이 목적으로 다루도록 행동하라”이는 인간을 목적으로 대하라는 정언명령이다.
그 다음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될 부분은‘그의 의사(意思)’이다. 우리가 자율적으로, 즉 자신에게 부여한 법칙대로 행동한다는 것은 행동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는
뜻이다.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능력 덕분에 인간의 삶은 특별한 존엄성을 지닌다. 바로 이것이 사람과 사물의 차이점이다. 이를 필자는 자유의지로
뜻을 확대 해석하고자 한다. 자유의지를 가졌다는 것은 옳은 일을 할 수도 있고 그른 일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인간이 가진 선택권은
자유의지를 통해 실현된다. 그것은 본인에게 선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도리어 좋지 못한 결과 또한 초래 될 수 있다. 조금 더 포괄적으로
접근해 보고자 한다. 인간이 신의 형상대로 창조되었기에 가질 수 있는 존재론적 본질이 바로 인간의 존엄성에 근거한다면 그 다음으로 인간이기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은 자유의지라고 생각한다. 나의 자유의지에 의해서 무언가를 선택하고 행동 한다면 그것을 반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것이 선한 목적을 가진 의도라면 더욱이 독려되고 칭찬받을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고 있다. 국가와 민족이라는 높은 차원이 아니라도 인간은 헌신과 봉사를 통해 보람을 느끼며 그러한 것을 소명으로 여기기도 한다.
현재
임상시험의 윤리적 타당성을 지키기 위한 조건으로‘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Informed consent)’가 있다. 이는 의약품임상시험관리기준에
임상시험대상자가 임상시험 참여 유무를 결정하기 전에 대상자를 위한 설명서를 통해 해당 임상시험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제공받고 서명과 서명 날짜가
포함된 문서를 통해 본인이 자발적으로 임상시험에 참여함을 확인하는 절차를 말한다. 즉,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는 강요가 아닌 자유의지를 통해
임상연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고 임상시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인 문제까지 해결해 줄 수는 없다고
본다. 필자는 자발적 동의가 있다고 해서 모든 임상시험이 윤리적으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서 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은 본인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모른다. 그러할 때 우리는 그 상황을 잘 아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의료현장에서는 환자는 전문가인
의사의 조언과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임상시험에서 대상자로 참여한 환자나 건강한 지원자는 본인이 임상연구에 참여하기를 결정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임상연구자나 그 결정을 내릴 때 조언을 줄 수 있는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임상연구가 과학적이고 의학적으로 정말 잘
계획되어서 그 시험에 참여할 경우 모두가 유익을 얻게 되면 위에 언급한‘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는 윤리적인 논의와 앞으로 필자가 본
논문에서 다룰 논의들은 사실 필요가 없다. 그것은 연구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결정만 있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적 사례가
우리에게 알려주듯이 인간 대상 연구는 오용될 수 있고 과학이라는 미명아래 인간이 실험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음을 알려 주고 있다. 그러한 역사적
사례가 아니라도 지금도 임상시험에 참여한 대상자들이 받는 불이익이나 건강이 악화된 사례들이 종종 발생하는 경우를 본다.‘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가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대상자들의 입장에서 결정되어질 조건이라고 한다면 본 연구에서 등가상태는 의료인과 의료공동체,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연구자들의 입장에서 윤리적 판단의 기준으로 수행되어야 할 조건임을 논하고자 한다. 임상시험에서 사용된 등가상태의 개념은 다양하다. 본 논문에서는
Benjamin Freedman에 의해 정의된 등가상태의 고전적 정의를 기본개념으로 사용하겠다. Benjamin Freedman이 내린
등가상태의 정의는 실험의 각 군의 시험군과 대조군의 비교되는 치료상 이점에 관한 진정한 불확실성의 상태이다. Benjamin Freedman은
등가상태를 이론적 등가상태(Theoretical Equipoise)와 임상등가상태(Clinical Equipoise)로 구분하였다. 이론적
등가상태는 시험군과 대조군에서 비교되는 치료적 이점에 대해서 개별 의사가 어느 것이 더 우수한지 모르는 상태이다. 임상등가상태는 개별 의사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의료 공동체 내에서 대조군과 시험군 중 어느 쪽이 더 이익이 되는지 객관적으로 알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 이와 같은 논의는
제3장 등가상태의 개념에 대한 이론적 고찰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한다.
등가상태의 개념을 독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비유를 설정해 본다. 임상시험은 하나의 공연이다. 임상시험에서 무작위 비교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대상자들은 이 공연을 보기 위한 사람들이다. 이제
그 공연에 참여하기 위해 사람들에게는 티켓이 필요하다. 이 티켓이 바로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이다. 이제 남은 것은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의
몫이 아닌 공연을 기획하고 만들 연출자와 배우들의 몫이다. 바로 공연의 질(quality)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질(quality)을
결정하는 것 중의 하나로 필자는 등가상태라는 조건이 필요함을 본 연구를 통해 논의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