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년 : | 1997 |
---|---|
구분 : | 학위논문 |
학술지명 : |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 기독교학과 (석사) |
관련링크 : | http://www.riss.kr/link?id=T8423549 |
노인문제에 대한 기독교 여성윤리적 이해 = (A) Christian Feminist Ethical Understanding of the Aging Issue
일반주기 : 참고문헌: p. 112-118
초록 (Abstract)
한국사회가 점차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경제 성장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노년기를 보내는 노인의 숫자가 늘어나고, 개인마다 노년기가 길어지는
추세에 있어서 우리나라도 선진국형 인구분포를 보일 날이 머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노인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현실 역시
부정할 수 없다. 과거 농경사회의 대가족제도 하에서는 강력한 '효'사상이 노인문제의 발생 원인을 억제시킬 수 있었으나, 산업사회로 들어오면서
빠르게 진척된 핵가족화와 도시화로 인해 노인문제는 더이상 '가정 내의 문제'로만, 곧 '불효의 문제'로만 돌릴 수 없게 되었다. 오늘날 떠오르고
있는 노년층의 각종 문제들, 이를테면 가정과 사회에서 노인의 설 자리가 축소되고 소외감이 가중되며 귀찮은 '짐짝'같은 존재로 전락하여, 안락사나
자살, 가출과 같은 극단적 방법을 택하는 노인의 수가 점점 많아지는 현실은 새삼 노인문제의 심각성을 반증한다.
여기서 우리는 현대의
노인문제가 좀더 폭넓은 차원의 사회적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 인간의 '늙음'에 대한 사회적 거부와 생산성·효율성을 인간 존재의 가치 척도로
삼는 물질만능주의적 세계관, 그리고 이기심에 근거한 서구 개인주의의 보급 등이 노인문제의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본 논문은 노인문제를 현대
사회의 병적 징후로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제야말로 우리 사회의 건강성 회복의 지름길이 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노인문제에 대한 수많은 논의들은 대개 전통적인 '효'사상의 복원을 주장한다. 효사상의 퇴색으로 가정과 사회의 도덕적 파탄이 야기되었으니
효만 회복하면 노인문제는 자연히 해결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위 복고주의자들은 '효'의 주체가 결국 여성으로서, 특히
며느리에게 떠맡겨진 과중한 책임이었음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효'의 강조는 노인 부양의 과제를 국가와 사회가 나누어 지기는 커녕,
가정 내의 사적 부양으로 못박으려는 이데올로기의 형태를 띄고 있어서 핵가족 시대의 여성들에게 이중 삼중의 부담을 안겨준다. 그러므로 의무론적
차원에서 강조되던 '효'를 이제는 공적부양의 구조로, 또한 효의 대상과 주제가 서로 나누는 관계적 상호애로 변환시킬 필요가 있다. 여기서 공적
부양이라 함은 정의의 윤리가 요청하는 것이고, 관계적 상호애라 함은 돌봄의 윤리의 내용이다. 이렇게 재해석된 '효'는 전통적인 기독교에서
가르쳐온 자기포기나 희생의 윤리가 아닌, 서로를 돌보는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으로서 생명을 살리는 힘과 연결된다.
이와 같이 본 논문은
'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함에 있어서 기독교 사회윤리의 분석과 여성윤리의 내용에 의지하는 한편, 그 틀로는 월터 뮬더(Walter G.
Muelder)의 책임사회 이념에 기초한 '인격적 공동체주의'를 제안하고자 한다. 책임사회는 자연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책임있는 설계에 의해
형성되는 책임가족 위에서만 건립되며, 책임가족은 인격적 공동체주의가 최초로 실험되고 구현되는 장(場)이다. 가정과 교회, 그리고 사회속에서
노년의 시기를 자연스러운 삶의 한 과정으로 인식하고, 모든 인간의 '늙을 권리'를 지지해 주는 인격적 공동체가 확산될 때, 우리 사회의 인간
소외현상의 하나인 '연령차별주의'(Ageism)는 비로소 종식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