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년 : | 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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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 학위논문 |
학술지명 : | 중앙대학교 대학원 : 사회학과 사회학전공 (석사) |
관련링크 : | http://www.riss.kr/link?id=T12513945 |
한국사회 낙태담론에 대한 여성주의적 분석 : 재생산권을 중심으로
기타서명 : A feminist study on discourse of abortion in Korea
일반주기 :
지도교수: 김경희
참고문헌 수록
초록 (Abstract)
본 연구는 낙태가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그 결과까지도 여성이 감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낙태를 합법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요인은 전적으로
여성 외부에 존재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한국 사회에서 낙태를 포함한 여성의 재생산 활동은 주로 출산관련 정책의 관점에서 다뤄지는 경향이
강한 반면 여성의 권리 및 건강의 관점에서는 다뤄지지 못했다. 향후 낙태를 포함한 여성의 재생산 사안에 대한 논의들이 여성의 입장에 기반 하여
다뤄지기 위해서는 여성의 재생산권이라는 관점에서 낙태에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낙태가 제도적으로 금지되느냐 인정되느냐의 문제는 여성이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임신과 출산을 통제할 수 있는가와 연결된다. 한국사회의 낙태죄는 여성의 몸과 재생산활동에 대한 결정권과 통제권을 여성이
갖고 있지 못한 한국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낙태문제는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스스로의 삶을 통제하고 계획할 수 있는 가능성과
관련된 절실하고 중요한 문제로 분석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본 연구는 임신과 출산, 임신중단을 의미하는 낙태를 포함한 재생산활동 과정에서
모든 활동을 직접 경험하는 여성에게 우선적인 결정권과 통제권이 주어져야 함을 의미하는 재생산권의 이론적 논의를 수용하고 있다. 여성의 재생산
활동이 여성의 건강,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고, 재생산 활동이 신체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여성의 사회생활과 사회적 관계에도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생명과 연관된 문제이자 삶의 질의 문제가 된다.
낙태에 있어서 여성의 결정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은, 성관계, 임신,
피임, 출산 등을 모두 포함하는 재생산활동 과정에서의 결정권이 여성에게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낙태를 둘러싼 논의를 분석한다는 것은
여성의 재생산활동을 통제하는 제도나 문화, 규범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변화시키고자 하는 목적을 갖는다. 낙태와 관련된 담론들이 사회 구성원들이
낙태에 대해 의미화하고 해석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봤을 때, 여성의 재생산 활동에 가해지는 사회적 통제에 있어서 낙태와 관련된 담론은 중요한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정부 주도 하에 출산억제정책이 시행되었던 1960년대부터 출산장려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2010년
상반기까지의 낙태담론의 역사를 살펴보고, 사회적으로 낙태가 통제되는 방식을 밝혀낸 뒤 낙태를 여성의 재생산권의 한 부분으로 봐야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한겨레와 조선일보의 낙태관련 신문기사, 낙태와 관련된 내용의 국회속기록과 정부 정책 관련 자료들, 종교계와 의료계, 여성계를 비롯한
낙태관련 시민단체의 성명서 및 활동자료 등을 통해 분석한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사회에서 낙태는 인구조절의 관점에서
논의되었다. 1960년대에서 1970년대 인구억제를 위한 가족계획 정책이 시행될 시기에 낙태의 불법성은 가시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가족계획
뒷받침의 수단으로 낙태를 상정하고 암묵적으로 용인했으며, 낙태가 인구억제에 기여하는 효과를 강조했다. 반면 2000년대 이후 저출산 현상이
‘위기’로써 대두되자, 낙태는 국가의 잠재적 노동력을 살해하는 현상으로 강조되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낙태에 대한 규제는 강화된다. 그러나
낙태를 논의하는 방식의 표면적인 변화를 관통하여 작동하는 논리에는 낙태 및 여성의 재생산활동에 대한 도구주의적 접근방식이 내포되어 있다. 낙태를
통제 가능한 대상으로 보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낙태, 그리고 낙태를 하는 여성의 몸을 출산을 위한 도구로써 상정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여성의
출산은 인구조절을 위해 통제되어야 할 대상이 되며, 국가성장이라는 목표는 여성의 출산이라는 재생산활동에 제 3자인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이
된다.
둘째, 한국사회 낙태담론에서는 낙태에 대하여 도덕적인 통제를 가하는 양상이 드러났다. 도덕적 통제에는 두 가지 논리가 작동하는데,
그것은 태아생명을 강조하며 낙태를 살인으로 보는 것과 낙태를 성도덕이 문란해진 결과로 보는 것이다. 태아생명을 중시하고 낙태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수정된 후 자궁에 착상되기 이전 단계인 배아에서부터 ‘인간’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낙태가 임신 몇 주차에 이뤄지는지에 관계없이 낙태는
살인으로 규정된다. 이 논리에서는 재생산 활동을 둘러싼 젠더관계, 건강과 관련한 위험, 낙태 경험의 치명적 건강의 손실, 원치 않는 임신과
관련한 공포의 맥락은 전혀 드러나지 않은 채, 낙태를 한 여성들은 이기적이고 매정한 여성으로 표현된다. 낙태에 대한 도덕적 통제 중 두 번째
논리는 바로 낙태를 성도덕과 연결시키는 것이다. 특히 비혼여성의 낙태는 성개방풍조와 연결된다. 낙태를 성개방풍조나 성도덕의 문란의 결과로만 보게
될 때 여성의 성은 교육해야 할 통제의 대상이 된다. 이처럼 낙태를 문란한 성문화와 연결시킴으로써 낙태에 가해지는 사회·윤리적 차원의 통제는
여성의 재생산 활동에 대한 또 하나의 통제방식을 형성한다.
셋째, 첫 번째와 두 번째의 논의에서 살펴본 낙태담론의 논리가 지배적이었던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재생산권에 대한 주장이 사회적으로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은 바로 2000년대 후반부터이다. 낙태에 대한 처벌이 실제로 낙태를
줄일 수는 없다는 비판과 여성들이 생명을 경시해서 ‘쉽게’ 낙태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은 낙태가 발생하는 사회경제적·문화적 원인에 대한
분석과 대책마련에 대한 요청으로 이어졌다. 즉, 여성들이 피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평등한 관계와 성문화,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인정,
남성과 국가의 적극적인 양육 책임 분담 및 출산과 양육에 대한 정책적 지원 마련 등의 필요성이 낙태를 예방할 수 있는 대안으로 요청되었다. 즉,
낙태가 발생하는 현실적인 맥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진 것이다.
한국사회의 ‘낙태죄’가 여성의 재생산권, 더 심각하게는
생명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있는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낙태는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죄로
남아있다. 그러나 여성에게만 침묵과 공포, 비난과 책임으로 존재하는 낙태에 대한 사회인식을 개선시키고 법제도의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낙태가 어떠한 방식으로 논의되어 왔는지 밝히고, 그 과정에서 낙태가 통제되는 방식을 드러내는 작업은 여성이 자신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재생산 활동에 대해 스스로 계획하고 통제할 수 있는 현실을 만들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현실을 비판하고 변화를 요구할 수
있는 합당한 증거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사회의 낙태담론에 대해 비판적으로 살펴본 본 연구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의 건강 및 재생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낙태죄를 둘러싼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하나의 실천적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