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년 : |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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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 국내학술지 |
학술지명 : | 철학탐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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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혜(Kong, Byunghye)
철학탐구
Vol.46 No.- [2017]
중앙대학교 중앙철학연구소
학술저널
95-127(33쪽)
Korean
2017년
인간의 탄생이란 인간 실존의 가장 근본적인 조건으로서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삶의 시작이며, 인류역사를 이어가게 하는 새로운 시작의 연속이기도 하다. 서양 철학은 플라톤 이래 탄생에 대한 사유보다는 오히려 죽을 운명으로서의 인간의 조건에 대한 사유에 주로 몰두해 왔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부터 생명공학과 의료기술이 인간의 생명과 출생과정에 인위적으로 개입하고 인간탄생의 제작이 가능해지기 시작한 이래 인간 탄생과정에 대한 윤리적 이슈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탄생 그 자체에 대한 실존적 물음이 우리 시대의 사유로 요청받고 있다. 탄생철학은 이 세상에 시작한 탄생한자로서의 운명을 오히려 인간의 실존을 구성하는 근본 조건으로서 사유한다. 그러나 ‘탄생으로 되돌아감’의 사유는 탄생한 자의 존재물음과 관계된 실존적 사유뿐만이 아니라, 이미 누군가에 의해 시작된 탄생의 강제성에 대한 탐구를 필요로 한다. 탄생한자 스스로 동의하지 않은 탄생의 기원에 대한 질문은 새로운 시작으로서 자유 사이에서 사유의 긴장을 일으킨다. 탄생철학은 이 태어남의 강제성과 탄생한자 스스로 시작하는 자유사이의 긴장과 부모의 의무와 자식의 권리 그리고 새로운 시작과 역사의 지속이라는 문제의 지형을 지닌다. 이 글은 무엇보다도 탄생의 강제성보다는 칸트의 이성비판에서 논의된 스스로 시작함이라는 자유와 아우구스티누스의 새로운 시작으로서의 인간창조에 대한 실존 철학적 해석을 결합시킨 한나 아렌트의 탄생철학을 중심에 두고자 한다. 오늘날 생명공학과 출산기술에 의한 인간 탄생의 계획적 강제는 더욱 강화되어가고 삶의 도처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행위의 정신은 황폐화되어 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이 논문은 인간 실존의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 탄생성이 함축하고 있는 스스로 새롭게 시작함이라는 행위의 의미를 검토해봄으로써 우리 시대의 탄생에 대한 사유가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