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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만원에 대리모 OK” 불임부부들 인도로…

동아일보 원문 기사전송 2012-07-19 03:39 최종수정 2012-07-19 09:19

 

[동아일보]

주부 A 씨(36)는 지난해 만성 신부전 탓에 임신이 힘들다는 진단을 받고 대리모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 대리모들은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을 불렀다. 또 계약금만 챙기고 잠적하는 경우도 있었다.

A 씨가 눈을 돌린 곳은 인도였다. 인도 정부가 대리모 시술을 장려해 절차가 체계적이고 비용도 저렴하다는 지인의 얘기를 들었기 때문. 수정란을 통째로 착상시키고 대리모에게선 자궁만 빌리는 것이라 혼혈아가 태어날 가능성도 없었다.

○ 인터넷 카페 통해 대리모 문의

인도 여행 정보 공유를 위해 개설된 인터넷 카페 ‘웰컴투인디아’의 의료 관광 게시판에는 인도 여성 대리모를 구하는 사람들의 문의가 월 10여 건씩 올라온다. 수술 후유증으로 습관적으로 유산한 경험이 있거나 노산(老産)에 따른 위험을 피하려는 여성이 대부분이다.

취재팀이 불임부부를 가장해 상담해 보니 인도 현지 브로커는 의료비와 서류 작업 등에 따른 수고비로 4000만 원을 요구했다. 이 중 대리모에게 돌아가는 돈은 860만 원 수준이다. 브로커는 “7000만∼9000만 원을 호가하는 한국 대리모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고 강조했다.

대리모 출산은 국내 병원에 냉동 보관된 수정란을 인도로 보내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킨 뒤 9개월 뒤 아이를 찾으러 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브로커는 “성공률을 높이려면 대리모 2명에게 수정란을 착상시켰다가 나중에 한 아이는 떼어 버려도 된다”는 비인도적 방법까지 귀띔했다.

한국에서도 자궁만 빌려주는 대리모 임신이 불법은 아니다. 현행 생명윤리법은 “재산상 이익을 위해 정자 또는 난자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수정란만 대신 품어주는 대리모 시술에 대한 제재는 없다.

그런데도 불임부부가 인도에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대리모 고용 비용이 미국 등 선진국보다 낮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가 대리모 시술을 장려하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2002년 인도 정부가 대리모 시술을 합법화한 뒤 인도에서는 600여 개의 전문병원이 대리모 영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도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에서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은 외국인 부부는 2000쌍을 넘는다.

대리모 시술에 대한 국내의 부정적인 시선도 한국 불임부부의 인도행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1월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생명나눔 인식도 조사’ 결과 응답자 1000명 중 85.3%가 대리모 임신에 부정적이었다. 68%는 “법으로 막아야 한다”고 답했다. B 씨(31·여)는 기자에게 “대리모 시술을 비윤리적으로 보는 분위기 탓에 인도행을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국내에서 대리모 관련 사기가 잦은 것도 이유다. C 씨(24·여)는 “절박한 마음에 어렵사리 대리모를 찾았지만 두 차례나 계약금 사기를 당했다”고 말했다. 술 담배를 일절 하지 않는다던 대리모가 줄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고 계약을 취소한 적도 있다고 한다.

○ 탈법 경계선 넘나드는 원정 대리모 고용

법무부에 따르면 인도에서 낳은 아이를 한국으로 데려오려면 대리모로부터 아이를 입양해 귀화를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2007년 이후 이 조건에 해당된 영아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김백규 인도한인회장은 “한국인 부부가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고 현지 여행 중 직접 아이를 낳은 것처럼 산부인과 기록을 위조해 대사관에 출생신고를 한다”고 귀띔했다. 실제 인도 현지 브로커는 기자에게 e메일로 보내 준 비용 명세서에 “직접 출산했다는 서류를 꾸미려면 140만 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는 내용을 넣기도 했다.

대리모 시술이 생명 윤리를 해친다는 비판도 있다.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의 모임’ 대변인인 최안나 씨(산부인과 전문의)는 “대리모 쇼핑은 여성의 몸을 출산 도구로 전락시키고 생명을 상업화하는 풍조를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