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서 개·고양이 해부 실습…꼭 해야하나 ‘논란’
[쿠키 사회] 고등학교의 동물 해부 실습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엔 인간과 밀접한 개·고양이를 대상으로 삼아 보는 이들의
놀라움은 더욱 크다. 여기에 해당 전공의 대학이나 대학원 등 전문적인 수준의 연구가 필요한 부분도 아닌데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생명윤리교육 정신과 충돌할 수도 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관련 분야에 관심이 높은 학생들을 위한 순수
탐구의 목적이라도 ‘꼭 해야했나’라는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안락사 시킨 동물 기증 받은
것”
구설수에 오른 학교는 인천 숭덕여고다. 이 학교 과학부에서는 닭·토끼·고양이·개 등의 해부 실습을 했고, 관련 내용과
사진들을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버젓이 게재했다. 사진들은 적출된 개의 장기 모습, 복부가 열린 고양이의 모습 등 적나라하기
그지없다.
이는 일부 네티즌들에 의해 발견·확산돼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으며 동물보호단체로까지 제보되기에 이르렀다.
이
실습을 주도했던 담당 교사는 통화에서 “의대 등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인체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며 “그런 학생들을 위해 4월에 한 마리씩
한시적으로 실습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습 대상 동물을 들여온 경위에 대해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 학부모 한
분으로부터 이미 안락사 된 동물을 기증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담당 교사는 “실습을 하기 전 취지나 목적 등을 학생들에게 충분히
숙지시켰다”며 “내가 학생들에게 강요를 하진 않았지만 학생들 중에는 동물들을 위해 기도하는 학생도 있었다”고 전했다. 학습이나 탐구 목적을
빌미로 가벼운 분위기에서 이뤄진 실습이 절대 아니었다는 것이다.
“전문가 교육도 아니고 고등학생한테
왜…”
숭덕여고에서 행해진 이번 실습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현행 동물보호법의 관련 내용(제3장 동물실험)은 살아있는
동물의 실험을 전제로 이뤄져있고, 이번 경우는 이미 죽어있는 동물을 기증받은 것이기 때문에 ‘실험’이라기보다 ‘실습’으로 봐야한다는 것이
동물보호단체의 설명이다. 또 이미 많은 대학교 수의학과에서는 안락사 된 사체를 실습에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실습의 주체가 미성년자인 고등학생들이라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동물사랑실천협회(동사협)는 “안락사 된
동물 사체를 실습에 이용하는 것은 실습으로 희생될 수 있는 많은 동물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지지하지만 이는 대학이나 연구기관 등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한 부분에 한한 것”이라며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교육면에서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강력히 반대한다”고
전했다.
2010년 양주 백석고 학생들의 동물 18마리 연쇄 살해 사건이나 최근 중국 청소년들이 개를 살해하는 모습을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려 충격을 준 것처럼, 청소년들의 생명경시 현상이 커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일이 국내외에서 자꾸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실습과 실습 모습을 적나라하게 공개하는 행위는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이다.
동사협 박소연 대표는 “이외에 들여온 동물들이 무슨 병에
걸려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실습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도 어린 학생들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여기에 만약 이 동물들이 주인이 있었던
동물이고, 기증했다는 수의사가 사체처리를 맡긴 동물 주인의 동의 없이 실습용으로 기증했다면 또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동물실습 금지는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지난해 9월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로 서울 숭의여고에서 축제기간 동안 생쥐 해부실습을 하기로 했다는 제보가 들어오면서 잠시 논란이 됐을 당시, 카라에서는 인터넷매체
오마이뉴스 기고를 통해 이를 강조했다.
여기서 카라에 따르면 1992년 Millet and Lock이 468명의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2.5%가 동물해부를 위해 동물을 기르는 것에 반대하고, 83.5%가 대체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답했으며, 38%가
동물해부에 반대하겠다고 답했다. 동물해부에 대한 학생들의 부정적 인식을 엿볼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특히 네덜란드에서는
고등학생까지의 동물실습과 해부는 금지돼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관련된 제한이나 규제 등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한편 인천시 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실습에 대한 민원이 제기돼 정확한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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