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의학적 정당성 없이 사랑하는 가족을 잃게 한 스위스 조력자살(assisted suicide) 제도의 윤리적 쟁점

연명의료 및 죽음

등록일  2025.11.06

조회수  686

□ [기사] Assisted Suicide Clinic Under Fire After Families Claim Their Loved Ones Died Without Medical Justification

https://people.com/assisted-suicide-clinic-families-say-no-justification-11836393

□ [참고자료] Assisted suicide and euthanasia in Switzerland: allowing a role for non-physicians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125125/#B7

□ [참고자료] Swiss Criminal Code

https://lawbrary.ch/law/art/STGB-v2025.01-en-art-115/

 

 

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온 스위스 리에스탈의 비영리 조력자살 단체 ‘페가소스 스위스 협회(Pegasos Swiss Association)’는 최근 한 영국인 교사의 사례로 국제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영국인 화학 교사 앨리스터 해밀턴(Alastair Hamilton, 47세)은 가족에게 파리 여행을 간다고 말했으나 실제로는 스위스로 이동해 해당 협회에서 조력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연락두절 되어 실종 신고를 했으며, 은행 기록을 통해 그가 페가소스 스위스 협회에 1만2,000스위스프랑(약 1만5,000달러)을 지불한 사실을 확인했다.

 

 페가소스 스위스 협회(Pegasos Swiss Association) 개요

페가소스 스위스 협회(Pegasos Swiss Association)는 2019년에 설립되었으며, 여타 타 협회들이 조력자살 서비스의 대상을 ‘말기 질환’ 조건을 요구하는 것과 달리, 건강 상태와 무관하게 만 18세 이상의 ‘판단 능력이 온전한’ 성인에게  조력자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른 단체들과 운영 기준이 다르다. 영국의 조력사(assisted dying) 법제화 옹호 비영리단체 Dignity in Dying에 따르면 스위스에서는 1942년부터 조력자살이 합법화 되었으며, 이는 의사가 약물을 투여하는 안락사(euthanasia)와 달리 당사자가 처방약을 직접 복용한다는 면에서 절차상 차이가 있다. 한편 앨리스터 해밀턴의 형제인 브래들리(Bradley)는 은행 기록을 확인 후 여러 차례 클리닉에 이메일을 보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으며, 경찰과 영국 대사관이 개입된 이후에야 사망 사실에 대한 통보와 유해 우편 발송 계획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해밀턴 가족은 앨리스터가 신청서에 “통증·피로·불편함”을 호소하였으나 ‘명확한 의학적 진단은 없다’고 하였고, 가족 통보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음에도 신청이 승인되었다고 주장한다.

 

 추가 제기된 유사 사례

앨리스터 사건 이후에도 유사 사례들이 이어졌다. 앤 캐닝(Anne Canning, 51세)은 올해 초 웨일즈에서 스위스로 향하여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채 생을 마감했으며, 클리닉은 가족에게 어떠한 연락도 하지 않았다. 언니 델리아(Delia)는 동생 캐닝이 질병은 없었지만 자기 아들의 죽음을 견디기 어려워했다고 말했다. 또한, 모린 슬로(Maureen Slough, 58세)는 7월 아일랜드에서 혼자 페가소스로 향하였고, 딸 메건(Megan)은 며칠 뒤에야 클리닉으로부터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문자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 유가족과 페가소스의 입장

페가소스(Pegasos)에서 조력자살을 선택한 앨리스터 해밀턴의 어머니 주디스 해밀턴은 해당 협회가 시행 절차의 개선을 약속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며, 조력자살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엄격한 법적 절차 속에서만 진행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페가소스 측은 스위스 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히며, 등록된 전문의의 의학·정신과 보고서 제출을 확인하고, 반복 상담을 통한 대상자 의지의 일관성 및 판단능력 확인, 시술 전날 의사의 재면담 실시 등의 절차를 설명했다. 또한 스위스 법상 가족 통보 의무는 없지만 환자가 가족에게 알리도록 노력하였으며, 일부 사례에서 허위 통보 진술을 계기로 내부 절차를 개선했다고 해명했다.

 

 

 

[참고] 스위스 조력자살 관련 법

 역사적 배경

1918년 연방 형법 제정 당시 정부의 공식 입법 해설에서 자살은 범죄가 아니며, 타인의 조력도 이타적 동기라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제시되었고, 이후 형법 제115조에 반영되어 시행되었다.

 

 형법

형법 115조(자살의 교사 및 방조): 자살 또는 자살미수를 타인에게 교사하거나 방조한 사람이 이를 ‘이기적 동기’에서 행한 경우, 그 사람이 이후 자살하거나 자살을 시도했을 때, 5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형법 114조(피해자 요청에 의한 살인): 칭찬할 만한 동기, 특히 피해자에 대한 연민에서, 피해자의 진정하고 지속적인 요청에 따라 그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 안락사와의 차이점

조력자살은 환자가 직접 약물을 복용해 생을 마감하며 합법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반면 안락사(형법 114조, 피해자 요청에 의한 살인)는 제3자가 직접 투여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행위로 불법이다.

 

 

 

 

 윤리적 쟁점

① 개인이 자신의 생명과 죽음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존중할 것인지, 아니면 취약한 사람을 사회가 보호해야 할 책임이 더 우선인지가 쟁점이 된다.

② 본인의 결정이라 하더라도,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채 조력자살이 이루어지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논란이 있다.

③ 돈을 지불하면 누구나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가 생명 경시나 이익 추구의 도구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④ 명확한 의학적 근거 없이 죽음을 허용하는 것이 의료행위로서 윤리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쟁점이 있다.

⑤ 조력자살 단체 협회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검증과 사후 관리 없이 절차를 진행한 경우, 제도적 감시와 책임 소재가 모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