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 바란다

생존한계의 태아에게도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제가 2010년1월 19일자 모 일간지에 "존엄하게 죽을권리, 미숙아에게도 있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낸 적이 있습니다. 이 기고문의 요점은 현재의 의료기술로는 도저히 살릴 수 없는 생존한계에 와 있는 미숙아에게도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주자는 것입니다.

2009년 개정된 국내 모자보건법상 임신 24주 이상에서는 임신중절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혀 예기치 않게, 혹은 산모의 건강 위험 때문에 임신 24주 이전에 미숙아가 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 대다수의 미숙아는 아주 약한 맥박과 불규칙한 호흡운동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때 인공소생술을 하지 않는다면 100% 사망 하고, 비록 인공소생술과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성공적으로 한다고 해도 뇌성마비와 같은 신경발달상의 후유증이 발생할 위험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런 경우 선진국에서는 분만 전 의료진과 보호자가 만나 곧 나올 미숙아에 대한 치료방침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분만실에서 미숙아에 대한 세심한 진찰과 경우에 따라 응급처치를 해본 후 반응이 없을 땐 치료를 포기하고 미숙아를 보호자에게 안겨주어 미숙아가 보호자의 품안에서 존엄하게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배려 해줍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임신 24주 이전에 태어난 미숙아의 인권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즉 현행법상 임신 24주 미만의 태아는 임신중절이 법적으로 허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낙태에 준해 처치한다 해도 법적으론 아무 문제가 되지 않니다. 

비록 인체의 모든 장기가 미숙하고 심장이 미약하게 뛰고 호흡이 거의 없는, 즉 생존한계에 도달하지 못한 태아라 할지라도 이들은 엄연한 생명이며 인간이기에, 이들이 존엄하게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귀 위원회에서 이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주시 간곡히 요청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