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Donor Action Program
1954년 미국 보스턴의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MGH)에서 일란성 쌍둥이 형제간의 성공적인 생체 신장이식이 시행된 이후 Cyclosporine, Tacrolimus 및 Mycophenolate 등의 효과적인 면역억제제의 개발로 장기이식의 성공률과 이식편 및 환자의 생존율이 눈부시게 향상되면서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으나 이에 비해 기증 장기는 부족한 Organ Shortage 현상으로 인해 해외로 원정이식을 가는 'Transplant tourism'과 장기를 사고 파는 'Transplant Commercialism'의 문제가 전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체 사망환자의 약 1~3%가 장기의 기증이 가능한 뇌사 상태를 거쳐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이중에서 대부분의 환자와 유족들이 장기기증이라는 가능성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러한 '잠재뇌사자'를 최대한 확인해 장기를 기증함으로써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고 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할 수 있는 생명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들이 전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활동 중 대표라 할 수 있는 벨기에의 'Donor Action Program'을 소개하고 우리나라에서 향후 시행될 '장기기증 활성화 프로그램'을 소개하고자 한다.
'Donor Action Foundation'은 1994년 유럽의 Eurotransplant International Foundation, 스페인의 Organizacion National de Transplante 및 미국의 Partnership for Organ Donation이 협력해 Donor Action Working Group을 시작한 것이 효시이다. 당시 워킹그룹은 장기기증을 향상시키기 위해 각 병원마다 '기증활성화팀'을 구성하고 각 병원에 특화된 장기기증 프로토콜을 개발하며 지속적인 원내 교육의 필요성과 함께 모니터링 시스템을 제안했다.
Donor Action Program을 운영하는 Donor Action Foundation은 1998년 네덜란드의 법률에 따라 비영리 기구로 등록됐다. Donor Action Program은 일종의 Quality Assurance(QA) 프로그램으로 중환자실에 집중해 언제, 얼마나 많은 잠재기증자를 왜 놓치게 되는지 확인하며 뇌사자 기증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를 위해 모니터링 시스템으로서 모든 사망자에 대해 사망 후 의무기록을 후향적으로 분석하는 Medical Record Review(MRR)과 각 병원 의료진의 기증에 대한 태도를 평가하는 Hospital Attitude Survery(HAS)를 시행해 DA System Database를 통해 기증 과정의 문제점을 평가함으로써 수정이 필요한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수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시행함으로써 프랑스·스위스·벨기에 등 수많은 나라에서 '잠재기증자'의 기증이 증가함을 확인했다.
Donor Action Program을 시행하고 효과적으로 기증을 향상시키기 위해 각 병원에는 '기증 활성화 위원회(Donor Action Committee)'와 '기증 핵심인물(Donor Action Link)'이 활동해야 한다. 기증활성화 위원회는 원내에서 'Donor Action Program'이 원활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며, MRR 및 HAS를 시행하고 결과를 분석하며 그 결과에 따라 병원내 기증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전략 등을 제시한다. 또한 Donor Action Link를 선정하고 교육하는 책임을 진다.
기증활성화 위원회에 의해 선정된 Donor Action Link는 주로 중환자실 담당 간호사나 의사가 되며 모든 잠재기증자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여 평가하고, 잠재기증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잠재기증자를 기증 과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식코디네이터 또는 적절한 기구(한국에서는 한국장기기증원이 해당됨)에 의뢰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2000년 5343명이던 이식 대기자가 2011년에는 2만 1861명으로 급격히 증가해 우리나라 역시 세계의 모든 나라와 같이 장기이식 대기자에 비해 기증 장기가 부족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국회·의료계 및 시민사회단체가 합심해 2010년 <장기등이식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2011년 6월부터 뇌사추정환자에 대한 한국장기기증원으로의 통보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장기기증원으로 통보된 뇌사추정환자는 매월 전국적으로 약 80명 내외에 불과해 아직까지 뇌사추정환자의 활발한 통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Donor Action Program'의 모니터링 시스템인 Medical Record Review를 영남지역 9개 병원에서 2009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의무기록에 대해 진행한 바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연구용역 사업으로 대한이식학회에서 주관한 이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신경과 및 신경외과 중환자실에서의 사망 환자 중 의학적으로 장기기증에 적합한 환자가 495명이었고 이 중 잠재뇌사자는 307명이었으나 의료진들에 의해 잠재기증자로 인지된 환자가 35명, 즉 11.4%에 불과했다.
따라서 국내 뇌사자 장기기증의 흐름 중 의료진에 의한 잠재뇌사자의 인지 단계에 문제가 있으며 이의 개선이 우리나라의 뇌사자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2012년도 장기기증활성화프로그램(Donor action program) 운영 사업을 한국장기기증원과 함께 시행한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전국 25개 지역별 거점 의료기관에서 후향적인 Medical Record Review와 함께 Hospital Attitude Survey를 시행함으로써 각 병원의 기초 자료를 확보하고 의료진의 뇌사자 장기기증에 대한 태도를 분석한다. 또한 사업 기간 중 각 의료기관에서 주기적인 세미나를 개최함으로써 의료진의 뇌사장기기증에 대한 태도 변화를 유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Donor Action Foundation과 계약을 통해 시스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후향적인 연구를 진행한다. 각 의료기관에서는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기증활성화위원회'를 구성하고 '기증 핵심인물(Donor Action Link)'를 선정해 2012년 6월부터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이후 각 의료기관에서는 전향적인 장기기증활성화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 Donor Action Foundation의 '기증자 확인 체크리스트'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춰 수정하고 잠재뇌사자를 확인해 한국장기기증원으로 통보하게 되는 시스템을 구성함으로써 전향적인 기증활성화프로그램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 전체 차원의 장기기증활성화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뇌사추정환자 통보제의 내실을 강화하고, 실제 뇌사장기기증 증가로 이어져 우리나라가 장기기증에서 세계 최고의 선진국이 되고 이를 통해 고통받고 있는 말기장기부전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관련 기사 : http://www.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3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