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 바란다

유전자 검사 규제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과학적인 문제점들

- 특정 유전자 검사 금지는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습니다. 최신형의 차세대 시퀀서 (NGS)인 HiSeq 2500, Ion Proton 등을 사용해서 이미 싫든 좋든 유전자를 모두 포함하는 유전체(genome, 게놈) 검사가 저렴한 가격에 하루나 반나절 만에 가능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제 특정 유전자만 골라서 검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질 겁니다. 따라서, 유전정보는 당연히 얻어지고, 다만 특정 유전자 정보를 분석대상에 넣을 것이야 말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 따라서 검사가 아닌 분석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특정 유전자에 초점을 맞춘 규제는 생물학적으로도 의미가 없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첫째, 일부 유전병 등을 제외하고 어떤 특성과 관련된 유전자는 하나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외모와 관련된 유전자라고 해도 알려진 것은 극히 일부이고 계속해서 더 많은 유전자들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었다고 밝혀지는데, 그러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둘째, 많은 유전자들은 어떤 한 특성에만 관련되지 않고, 직간접적으로 많은 특성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외모와 관련되었다고 알려져서 규제하던 유전자가 나중에 어떤 질환의 치료와도 관련된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럴 때는 그 유전자를 규제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문제가 생깁니다.
 
- 유전자 검사 결과를 무분별하게 비윤리적으로 활용하려는 유전자 검사회사, 보험 회사, 병원 등이 존재한다면 그러한 움직임이 규제를 받아야지 유전자 검사 자체를 금지시키는 것은 틀린 방향입니다. 지능관련 유전자 검사를 금지한다는 것은 IQ 검사를 금지시키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차라리 중요한 점은 일부 유전자 정보만으로 마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처럼 과장하는 속임수가 일반인들에게 통하지 않도록 유전학에 대한 더욱 쉽고 정확한 교육을 확대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 결국 무분별한 낙태나 취업 제한, 보험가입 제한 등을 하려고 할 때는 명확하게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하고 그 근거로써 절대 유전정보를 제시할 수는 없도록 규제하는 방향이 맞지 않을까 여겨집니다(예, 미국의 GINA법). 즉, 유전정보만인 아니라 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그 어떤 차별도 허용하지 않는 규제 설정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 더 현실적으로 곤란한 점은 개인정보 보호 관점에서 유전정보에 접근한다는 방향 자체가 틀렸을 가능성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여기저기 지문을 남기듯이 자기 유전정보를 흘리고 다닙니다. 머리카락이나 타액만 있으면 누군가의 유전정보를 확보하는 것은 곧 기술적으로 아무 어려움도 없게 되며, 사실 누군가가 자기 유전정보를 남이 얻을 수 없게 한다는 것 자체가, 지문을 남이 얻을 수 없게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가능합니다. 타인이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알지 못하게 한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2013년에는 $1,000로 게놈정보를 얻었다는 게 전 세계적인 뉴스가 될 것이며, 그 후 예상되는 뉴스는 과연 어느 나라가 가장 먼저 일만 명, 또는 십만 명의 유전정보 확보에 도달할 것인지, 과연 어느 나라가 가장 먼저 전국민 유전정보 확보에 성공할 것인지, 또한 어느 나라가 가장 먼저 유전정보를 활용한 국민건강증진 시스템 구축에 성공할 것인지가, 화제로 오를 겁니다. 거기에 맞춰 국민과 정부, 관련 기업 등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옳은 방향을 향해 신속하게 나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이러한 논의 자체는 기본적으로 매우 바람직합니다. 다만 급변하는 생명과학, 의학, 약학 분야와 밀접하게 연계된 흐름을 우리나라에서만 끊어 버리는 의미 없는 규제를 만들지는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겁니다.

 

라이프 테크놀로지스, 박근준

Keun-Joon Park, Ph.D.

Life Technolog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