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자 기증 규제의 공백: 희귀 암 유전자 지닌 정자 기증자로부터 태어난 아이들
□ [기사 1] Sperm from cancer-risk donor used to conceive at least 67 children across Europe
https://www.theguardian.com/science/2025/may/23/sperm-donor-cancer-risk-children-europe
□ [기사 2] Rare cancer gene found in sperm donor sparks European regulatory concerns
https://www.news-medical.net/news/20250523/Rare-cancer-gene-found-in-sperm-donor-sparks-European-regulatory-concerns.aspx
□ [참고 기사] Judge's sperm donor warning over man who 'fathered 180 children'
https://www.bbc.com/news/articles/c5yer90xpzno
□ [참고 사이트] 국가암정보센터-암정보 나눔터-암 FAQ
개요
2008년부터 2015년 사이,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유전 변이(TP53)를 가진 한 정자 기증자의 정자로 유럽 전역에서 최소 67명의 자녀가 태어났고, 이 중 10명이 암 진단을 받은 사례가 보고되며 정자 기증에 대한 유럽 및 국제 규제의 공백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사실은 2023년 말, 프랑스 루앙 대학 병원의 에드위지 카스퍼 박사(Dr. Edwige Kasper)가 한 임상의로부터 자신의 환자 중 한 명이 유럽 소재의 사설 정자은행에서 받은 편지를 전달받으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 편지에는 정자은행에서 기증자의 생식세포 중 50% 미만에서 ‘TP53(종양억제유전자)의 변이’가 발견되었으며 기증자는 건강하지만, 그의 생물학적 자녀들이 리-프라우메니 증후군이라는 드문 유전 질환으로 암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연구진은 2008년부터 2015년 사이에 이 기증자를 통해 태어난 어린이들은 암의 첫 징후를 감지하기 위해 모니터링한 결과, 유럽 8개국 46가구에서 67명의 어린이가 태어났으며, 그중 23명에게 해당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었고, 현재까지 10명이 백혈병과 비호지킨 림프종 등의 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현재 이 유전자 변이를 가진 어린이들은 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엄격한 모니터링을 받고 있다. 카스퍼 박사에 따르면, 추적 관찰 프로토콜에는 전신 MRI 스캔, 뇌 MRI 스캔, 성인의 경우 유방 초음파 검사, 복부 초음파 검사, 그리고 전문의의 임상 검사가 포함된다. 이러한 검사들은 보균자들에게 상당한 부담과 스트레스를 주지만, 종양의 조기 발견을 통해 환자의 생존 가능성을 크게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그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하지만 리-프라우메니 증후군의 동물 모델 연구에서 방사선 노출이 종양 발달을 가속화킨다는 것이 밝혀져, 방사유방촬영술이나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 스캔 같은 방사선 기반 영상 기법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되고 있다.
TP53 유전자와 리-프라우메니 증후군의 위험성
리-프라우메니 증후군(Li-Frumeni Syndrome)은 종양 억제 유전자인 TP53의 유전적 변이가 원인이며 젊은 나이에 다양한 부위의 암이 발생할 수 있다. TP53 유전자에 의해 발현되는 p53 단백질은 세포의 DNA 손상을 복구하거나, 복구가 불가능한 손상이 있을 경우 세포를 자연사시키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 유전자가 손상되면 DNA 손상을 입은 세포들이 계속 생존하고 분열을 일으켜 악성 세포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리-프라우메니 증후군의 암 발생 확률은 40세까지 50%, 60세까지는 90%에 이르며, 여성의 경우 일생 동안 암이 발생할 확률은 거의 100%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평생 동안 2종류 이상의 암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해당 증후군이 의심되는 환자와 가족들에서는 정확한 검사와 진단이 필수적이다.
선별 검사의 한계와 사각지대
이 유전자 변이는 2008년 기증 당시에는 암과의 연관성이 알려지지 않았고, 표준 선별 기법으로는 검출할 수 없었으며, 기증자 역시 당시에는 건강한 상태로 파악되었다. 이후에도 일부 난임 클리닉은 유전자 변이에 대한 정보를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자체 실험실 검사만을 요구하는 등 투명한 정보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아 대응이 어렵게 만들었다. 이 사례는 유럽 전역에서 통일된 검사 기준과 정보 공유 체계가 부재하다는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며,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음을 보여준다.
유럽은 국가별로 정자기증 규제가 상이하다. 민간 정자은행은 한 기증자당 최대 75가구에 기증할 수 있지만, 프랑스는 출산 횟수를 10회로 제한하며, 독일·덴마크는 15명, 영국은 10~12가구까지 허용한다. 카스퍼 박사에 따르면, 프랑스의 정자기증은 자발적이고, 익명이며, 무료로 이루어지고 있어 훨씬 안전하다. 많은 국가에서 기증자 검사가 일상적으로 시행되지만, 프랑스는 기증자와 수혜자 모두에게 의학적 감독이 이루어지고, 유전질환 의심 시 신속한 보고와 조사가 진행된다. 또한 기증자는 전국에서 최대 10명의 출산으로 제한되며, 생식세포의 수출입은 승인된 센터에서만 요청할 수 있고, 프랑스 생체의학청(Agence de la Biomédecine)의 승인을 받아야 하므로 엄격하고 안전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향후 과제
카스퍼 박사는 이번 사건이 매우 희귀하더라도 재발 가능성이 있음을 경고하며, 실제로 하나 이상의 세포 그룹이 서로 다른 유전적 구성을 가지고 있는 생식선 모자이크증이 이전 신경섬유종증 1형과 관련하여 정자 기증자에서 보고된 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유럽 차원에서 적절한 규제를 마련하고, 동일 기증자로부터 출산되는 자손의 수를 전 세계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번 사례는 유전 질환의 확산 위험과 가능성, 기증자 수 제한의 필요성, 기증 정자에 대한 유전자 검사의 한계 등 복합적인 문제를 드러내며 국제적인 정자 기증 관리 체계 마련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참고 기사] 180명의 자녀를 낳은 정자 기증자의 친권 소송 “기각” 미국 출신 로버트 찰스 앨본(Robert Charles Albon)은 SNS에서 ‘조 도너(Joe Donor)’라는 이름으로 정자 기증을 광고하며 약 180명의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여성에게 정자를 제공했으며, 일부는 성관계를 통한 방법도 언급했다. 최근 영국의 한 동성 커플이 그의 정자를 통해 자녀를 출산한 후, 앨본은 아이의 출생신고서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친권을 주장하며 법적 분쟁이 시작됐다. 하지만 법원은 그가 아이의 출생에 성적으로 관여하지 않았고, 어머니의 동의 없이 연락하거나 이름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청구를 기각했다. 판사는 그가 여성과 아이를 자신의 ‘자녀 수’ 늘리기에 이용하고 있으며, 통제적인 성향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번 판결은 ‘비공식 정자 기증’이 초래할 수 있는 윤리적·심리적 피해를 부각시켰다. 이와 같이 공인되지 않은 경로를 통해 정자를 기증받는 경우 건강검진, 법적 보호, 자녀 수 제한 등이 적용되지 않아 여성과 아이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영국 규정상, 공인된 클리닉을 통한 정자 기증은 한 기증자는 최대 10가구까지만 자녀를 둘 수 있다. 앨본이 앞으로도 정자 기증을 계속할 의향이 있음을 밝힘에 따라, 법원은 공익을 위해 앨본의 실명을 공개하며, 앞으로도 그에게 정자 기증을 받을 경우 심각한 법적·심리적 위험이 따를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번 사건은 비규제 정자 기증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며, 제도적 통제가 왜 필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