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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 생존 가능성(fetal viability)에 초점을 맞춘 낙태금지법의 딜레마

 

[기사]  How abortion laws focusing on fetal viability miss the mark on women’s experiences

https://theconversation.com/how-abortion-laws-focusing-on-fetal-viability-miss-the-mark-on-womens-experiences-245998

[참고 기사] Hospital tells family brain-dead Georgia woman must carry fetus to birth because of abortion ban

https://apnews.com/article/pregnant-woman-brain-dead-abortion-ban-georgia-a85a5906e5b2c4889525f2300c44174 

 

미국의 여러 낙태금지법은 태아의 심장 박동, 고통 인지능력, 모체 밖에서 생존 가능성 등의 태아 발달 지표를 근거로 낙태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사회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접근방식은 과학이나 의학이 아닌, 특히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임신 후기 낙태는 중요한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법률과 정치에서 비롯되었고, 임신한 여성들의 실제 경험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생존 가능성(fetal viability) 개념이 가진 이슈

미국의 많은 주에서 낙태 허용 여부는 태아의 발달 단계에 따라 결정된다. 예컨대 특정 주에서는 임신 24주를 넘기면 낙태가 불법이 되는데, 이는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 생존 가능성(viability)’이라는 법적 개념을 기준으로 한다.

"잠재적 태아 생존 가능성(viability)"과 같은 개념들은 1970년대 초 법적 사고에서 시작되었으며, 확립된 임상 용어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생존 가능성을 24주로 설정하지만, 실제로는 태아 체중, 성별, 유전학, 신생아 집중 치료 자원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통계적으로 임신 24주에 태어난 신생아 중 약 절반만이 병원에서 생존하여 퇴원할 수 있으며, 28주의 경우 그 비율은 90% 이상으로 증가한다. 그러나 단순한 생존율은 조산으로 인한 평생에 걸친 급성 장애나 평생에 걸친 의료적 필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률은 이러한 복잡한 의학적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 주수를 기준으로 낙태를 일률적으로 제한한다. 여성들은 태아의 생존 여부보다, 태어난 후의 삶의 질과 고통 여부를 더 중요하게 판단하며, 법적 기준과의 간극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여성 권리의 배제 문제

임신 24주 이후 낙태를 받은 여성들과의 인터뷰 결과, 법적 정의가 현실적인 태아의 건강 상태와는 완전히 무관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한 여성은 아이가 살아서 태어났지만, 태아 상태에서 정기적인 발작, 인지 장애, 스스로 움직임을 제어할 수 없는 상태로 태어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녀는 이 세상에 고통받을 아이를 데려올 수 없다고 생각했고.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그런 고통의 삶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유사한 상황에 있는 여성들에게 그들 주의 법률은 "생존 가능성"을 아이의 삶의 질과 고통의 정도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출생을 견뎌낼 수 있는 능력으로 축소 시켰다. 또한 낙태를 구하는 시점에서 주의 법률이 "태아 생존 가능성"을 강조할 때, 임신한 여성의 향후 건강(감정적, 신체적 모두)은 뒷전으로 밀려난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강조되었다. 이처럼 태아의 생존 가능성을 기준으로 한 낙태법은 여성의 건강과 권리를 심각하게 간과한다. 치명적인 태아 이상으로 낙태를 선택한 여성들은 법적 제한 때문에 타주로 이동해야 했으며, 일부는 절박한 상황에서 자살까지 고려할 정도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의료진의 윤리적 딜레마

현재의 낙태금지법은 의료진에게 "불가능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의료진은 환자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하는 의료윤리적 의무와 법적 준수 의무 사이에서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태아 생존 가능성 기반 법률은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을 제약한다. 전문의들이 아기가 "나쁜 결과"를 가질 것이라는 "100% 확실성"을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낙태가 거부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어, 의학적 전문성보다 법적 기준이 우선시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태아 생존 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낙태금지법은 여성들의 실제 경험과 의료적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인터뷰에 참여한 여성들은 태아 발달 지표에 기반한 법률이 그들의 임신에 적용될 때 무의미하고 잔인하다고 느끼며, 현재 법률에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했다.

 

 

[참고조지아주뇌사 임산부의 생명 유지와 낙태금지법 사이윤리적 딜레마

 

조지아주에서 임신 21주차에 접어든 30세의 간호사 아드리아나 스미스(Adriana Smith)가 뇌사 판정을 받은 이후, 생명유지 장치에 3개월 이상 의존하고 있는 사례가 주 낙태금지법의 윤리적·법적 문제를 드러내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스미스는 2월 중순 극심한 두통을 호소한 뒤 병원에서 퇴원했으나 다음 날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결국 뇌에 혈전이 발견되면서 법적으로 뇌사 판정을 받았고 그녀는 법적으로 사망한 셈이라고 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조지아주의 엄격한 낙태법에 따라 임신을 중단할 수 없다고 판단해 생명유지 장치를 계속 가동 중이다.

조지아주의 심장 박동법은 임신 6주 이후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면 낙태를 금지하며, 생명에 위협이 되는 경우에만 예외를 허용한다. 이 법은 2019년 제정되었지만, 연방 대법원이 2022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집은 뒤에야 시행되었다. 현재 미국의 12개 주가 임신 전면 금지를 시행하고 있으며, 조지아주를 포함한 3개 주는 6주 이후 낙태를 제한하고 있다.

병원 측은 법률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없으며, 태아가 생존가능할 때까지 유지 장치를 제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가족들은 이 과정에서 경제적·정서적 고통을 겪고 있으며, 의사들도 태아의 뇌에 체액이 관찰되는 등 건강 문제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생명윤리 전문가들은 이 사안이 법과 의료, 윤리의 복잡한 경계에 위치한다고 분석한다. 뇌사자의 생명유지 여부는 주마다 다른 규제를 받으며, 조지아주는 뇌사 임산부의 치료 중단을 명시적으로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이 뒤집힌 이후, 조지아주는 태아에게 인격권을 부여하며 태아를 법적으로 한 생명체로 간주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임신 중단은 법적 제약을 더욱 강하게 받게 되었고, 이번 사례처럼 사망한 임산부조차 법에 따라 태아의 생명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법안을 주도한 공화당 상원의원 에드 세츨러(Ed Setzler)는 병원의 판단을 지지하며, 이는 무고한 생명의 가치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말했다.

조지아주는 이미 낙태약 복용 후 합병증을 치료받지 못해 여성들이 사망한 사례로 비판을 받은 바 있으며, 이 사건 또한 미국 내 낙태 관련 법률과 윤리 논쟁을 재점화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