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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에서 낙태유도제를 몰래 투여한 사건, 태아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쟁점으로 부각되다

[기사] Texas capital murder case attempts to severely punish abortion pill use by treating a fetus as a person

https://www.texastribune.org/2025/06/30/texas-abortion-pill-capital-murder-charge-fetal-personhood/

[참고 기사] Supreme Court overturns Roe v. Wade; states can ban abortion

https://apnews.com/article/abortion-supreme-court-decision-854f60302f21c2c35129e58cf8d8a7b0

[참고 기사] [가만한 당신] 사후피임약 'RU-486'의 어제와 오늘, 내일

https://v.daum.net/v/20250624043132469

 

 

최근 미국 텍사스주에서 39세 남성 저스틴 앤서니 반타(Justin Anthony Banta)가 임신한 여자친구의 동의 없이 낙태 유도제인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을 몰래 투여해 태아를 유산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하였다. 반타는 여자친구에게 낙태를 요구했으나, 여자친구가 아이를 낳겠다는 의사를 고수하자, 쿠키와 음료에 약물을 섞어 복용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텍사스주에서 낙태 관련 범죄에 대해 태아를 대상으로 한 살인 혐의가 처음으로 적용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2022년 연방 대법원이 Roe v. Wade 판결을 폐기한 이후 미국 사회의 낙태 논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해석되고 있다. 낙태 유도제의 사용 규제, 그리고 태아의 법적 지위라는 두 가지 핵심 쟁점이 얽혀 있어, 향후 유사 사건의 판례 형성 및 입법 방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슈

 

기존 사례와의 차별점: ‘태아를 직접적 피해 대상으로

이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의 유사 사건들과 접근 방식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2024, 휴스턴에 사는 메이슨 헤링(Mason Herring)은 당시 아내에게 흔하게 사용되는 낙태 유도제인 미소프로스톨(misoprostol)*을 투여한 것에 대해 임신한 사람에 대한 폭행 및 아동 상해 혐의로 기소되었다. , 피해자는 임신한 여성이었고, 그 여성에게 가해진 폭력이 범죄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례에서 반타의 경우는 임신한 여자친구에 대한 폭행 혐의는 전혀 없고, 오직 태아에 대한 살인 혐의만 적용되었으며, 이는 태아를 임신한 여성과 완전히 분리된 독립적인 존재로 정의하려는 법적 시도로 기존과 차이를 보인다.

*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 RU-486)은 여성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과 유사한 화학구조를 갖고 있으나, 실제 작용은 반대되는 가짜 호르몬이다. 자궁 내벽이 임신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방해하여 착상을 막거나 임신을 중단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함.

 

 

태아 인격권 확립을 위한 법적 시도

서던메소디스트대학교 데드먼 법학대학원의 조안나 그로스먼(Joanna Grossman) 교수와 다른 전문가들은 이 사건을 태아의 인격권을 법적으로 확립하려는 시도로 평가한다. Roe v. Wade 판결이 이후 태아를 헌법상 비인격체로 간주하지 않는 법적 공백을 활용하여, 태아를 완전한 인격체로 인정받으려는 시도로 해석하였다.


사회적 파급효과

법원이 태아를 인격체로 인정하게 될 경우, 다양한 분야에서 예기치 못한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분야는 난임 치료이며, 특히 체외수정 과정에서 사용하지 않은 냉동 배아를 폐기하는 행위가 형법상 살인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2024년 앨라배마주 대법원은 냉동 배아를 아동(children)으로 판단한 바 있으며, 이 판결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형법과 이민법 분야에서도 복잡한 법적 쟁점이 새롭게 대두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임신한 여성을 구금하는 것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태아까지 함께 불법적으로 구금하는 것인지, 또는 임신한 여성을 추방하는 것이 출생과 동시에 시민권을 갖게 될 태아, 즉 미국 시민을 강제 추방하는 것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낙태 유도제 규제 강화를 위한 새로운 전략

텍사스주는 Roe v. Wade 판결 폐기 후 낙태를 전면 금지하였으나, 이에 따라 낙태 유도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였다. 이에 따라 주 정부는 약물 유통을 제한하는 다양한 시도를 해왔으나 실효성에 한계가 있었다. 반타 사건에서 살인 혐의를 적용한 것은 낙태약 사용을 강력히 억제하려는 새로운 전략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의미와 전망

현 시점에서 해당 사건은 타란트 카운티 검찰청이 기소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이다. 설령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이 사건은 연방 대법원의 판례와 같은 전국적 구속력을 갖지 않으며, 지역 배심원단의 평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사건의 핵심은 유죄 여부 자체보다는, 검찰이 낙태 사건에 대해 태아 살인죄라는 새로운 법적 틀로 접근했다는 점에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보수 진영이 여론의 반응과 법적 가능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 의도적으로 제기한 전략적 시도로 보고 있으며, 이를 트라이얼 벌룬(trial balloon)”, 즉 본격적인 정책 도입이나 법제화에 앞서 사회적 반응을 보는 시험적 조치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낙태 시술을 받은 임신한 여성에게 형사 처벌이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지만,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텍사스 주법에는 임신한 여성이 본인의 의사에 따라 낙태를 선택한 경우, 이에 대해 형사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명확한 면책 조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반타 사건은 단순한 개인 범죄를 넘어, 낙태권을 둘러싼 미국 내 법적·정치적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특히 태아를 독립된 법적 주체로 인정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면서, 낙태를 둘러싼 판례와 입법 논의는 보다 복잡하고 다층적인 구조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