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가 추진하는 ‘슈퍼베이비’ 출산 운동에 대한 윤리적 검토
□ [기사] Inside the Silicon Valley push to breed super-babies
https://www.washingtonpost.com/technology/2025/07/16/orchid-polygenic-screening-embryos-fertility/
□ [참고자료1] polygenic risk score (PRS)
https://www.techtarget.com/whatis/definition/polygenic-risk-score?utm_source
https://pubmed.ncbi.nlm.nih.gov/38805697/
□ [참고자료3] Polygenic risk scores: from research tools to clinical instruments
https://genomemedicine.biomedcentral.com/articles/10.1186/s13073-020-00742-5?utm_source
실리콘밸리에서는 전통적인 수정 대신, 유전자 분석과 맞춤형 알고리즘 기반의 배아 선별을 통해 질병 위험이 낮은 ‘슈퍼 베이비’를 만들려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난임 스타트업 기업인 오키드 헬스(Orchid Health, 이하 ‘오키드’)의 창업자 누르 시디키(Noor Siddiqui)에 따르면, 배아에서 단, 5개의 세포만을 이용해 1,200개 이상의 희귀 질환 단일 유전자 질환을 선별하고, 맞춤형 알고리즘을 적용해 다유전자 위험 점수(Polygenic risk scores, 이하 ‘PRS’)를 계산하여, 미래 자녀의 양극성 장애, 암, 알츠하이머, 비만, 조현병 등 복합 질병에 대한 유전적 발병 가능성을 측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기술은 고위층 중심으로 빠르게 주목받고 있지만, 출산이 성관계가 아닌 유전자 선별과 데이터 마이닝의 결과로 이루어질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도덕적·정치적 질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 다유전자 위험 점수(Polygenic risk scores): 유전자를 기반으로 특정 질환에 걸릴 가능성을 파악하는 지표
미국내 흐름과 규제 상황
오키드는 출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광범위한 문화적 움직임 속에서, 워싱턴과 실리콘밸리의 권력층이 주도하는 흐름의 일환으로 등장했다. 미국 부통령인 제이디 밴스(JD Vance), 일론 머스크(Elon Musk), 그리고 이 회사의 초기 투자자이자 보수 성향 억만장자인 피터 틸(Peter Thiel) 등은 출산율 저하가 선진국의 미래를 위협한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해 왔으며, 이러한 관점은 출산 장려주의(pronatalism)로 알려져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러한 서비스를 보다 저렴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혁신이 다가오고 있으며, 그중 일부는 인구 감소에 우려하는 사람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또한, 2025년 2월 트럼프 행정부는 IVF 접근성 확대를 추진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고, 캘리포니아주는 2025년 7월부터 모든 대형 보험사가 IVF 및 기타 생식 서비스를 보장하도록 의무화하는 새로운 법률을 시행할 예정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유전자 예측 서비스에 대한 실질적 규제 장치가 거의 없으며,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산출한 점수에 대한 외부 검증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오키드와 소수의 다른 스타트업 기업들은 PRS를 적용 중이며, 규제가 없는 환경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오키드 헬스(Orchid Health)의 입장
시디키는 오키드를 통해 유전자 선별을 통한 배아로 직접 4명의 아이를 낳을 계획이라고 밝히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성관계 대신, 배아를 검사하고 선택하는 인공수정 방식으로 아이를 가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건강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이라고 말하며, 오키드가 사람들이 더 많은 자녀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오키드가 제공하는 광범위한 유전자 선별 검사(Genetic screening)는 시험관 시술(IVF)의 성공률을 높일 뿐만 아니라, 아이의 건강에 대한 부모의 불안감을 줄여 더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그러나 일부 비평가들은 오키드는 단순히 사람들이 아이를 갖도록 돕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미래의 자녀를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PRS가 현대적 형태의 우생학으로 향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기술적 우려
① 증폭(amplification)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결과의 부정확성
타액이나 혈액 샘플을 사용하는 유전자 검사에서는 보통 수십만 개의 세포를 수집하지만, 오키드는 훨씬 작은 샘플을 취급하므로 배아에서 얻은 DNA를 복제하는 증폭(amplification) 과정을 수반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막대한 부정확성을 초래할 수 있다.
② 점수 측정법의 질병 발생 예측 한계
PRS는 한두 개의 유전자가 아닌, 수백-수천 개의 유전적 변이를 기반으로 특정 질병이나 특성의 발현 가능성을 예측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질병과 특성은 단순한 유전자가 아닌 환경 요인과 유전자 간 상호작용에 의해 복합적으로 결정된다. PRS는 심장병, 제2형 당뇨병, 염증성 장 질환, 유방암 등 일부 질환의 발병 확률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으나, 이는 ‘가능성’에 불과하다. 특히 배아 단계에서 얻을 수 있는 세포 수가 제한적이어서 기술적 정확도에도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PRS가 실제 질병 발생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위험 확률만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③ 연관된 유전자의 우수한 형질에 대한 여과 가능성
부모가 ‘정신분열증’과 같은 원치 않는 형질을 피하고자 할 경우, 이와 동시에 같은 유전자와 연관된 ‘창의성’ 같은 바람직한 형질까지 함께 걸러질 수 있다.
④ 제한적 표본추출로 인한 연구 결과 일반화의 한계: 출신 지역
연구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주요 유전자 데이터 풀의 출처는 유럽과 미국으로, 특히 50만 명의 유전자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는 영국의 대규모 데이터베이스인 UK 바이오뱅크(UK Biobank)에서 제공되므로, 비유럽계 출신 일부의 경우 PRS의 정확도가 최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
⑤ 제한적 표본추출로 인한 연구 결과 일반화의 한계: 연령층
위험 점수(risk scoring)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데이터는 현재 성인 또는 노년층 유전정보에 기초한 것으로, 현재 70대에 해당하는 세대가 직면했던 위험이 오늘날 태어나는 아기에게 얼마나 적용될지 불확실하다.
⑥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는 다복합적 위험 요인 고려 필요
미세플라스틱이나 내분비계 교란 화학물질 등 오늘날 시험관 배아의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인은 수년 전의 환경과 다르며, 유전자와 삶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 방식 및 행동 또한 과거 세대와 오늘날은 차이가 있다.
경제적, 윤리적 우려
① 부부들이 이러한 점수 체계(risk scoring)로 인하여 불필요한 추가 체외수정(IVF) 시술을 받도록 유도하여 비용과 신체적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
② 난임 부부들이 불완전하고 부정확한 점수 산출 방식으로 인하여 어렵게 얻은 건강한 배아를 폐기하도록 강요받을 수 있다.
③ 유전정보를 수치화해 전달하는 것은 특정 계층의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 계층이 실제보다 더 많은 통제력을 갖고 있다는 환상을 갖게 하고, ‘자신의 유전체가 특별해야 한다’는 것을 정당화시킨다.
④ PRS는 현대판 우생학으로 변질되어, 부자들이 태어날 때부터 뛰어난 지능과 건강으로 더욱 앞서가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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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다유전자 위험 점수 (PRS; Polygenic Risk Scores) ■ 정의 여러 유전적 마커와 변이를 분석하여 특정 질병을 가지게 될 가능성을 예측하는 방법 ■ 다유전자 위험 점수 해석 방법 - PRS는 특정 질병에 대한 개인의 ‘상대적 위험도’로, 타인과의 유전적 구성을 비교하여 개인의 유전적 위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려준다. - PRS가 높다고 해서 질병 발생이 필연적임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다만 개인의 유전적 질병 발생 확률이 높음을 의미한다. - PRS는 종 모양의 곡선(Bell curve) 위에 표시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곡선 중간 부분에 점수가 위치하며, 이는 특정 질병에 대해 평균적인 위험 수준임을 뜻한다. 곡선의 양 끝에 위치한 점수들은 극단적인 위험 수준을 나타내는데, 왼쪽 끝은 낮은 위험, 오른쪽 끝은 높은 위험을 의미하며, 높은 위험 점수를 가진 사람들은 예방 조치를 하는 것이 권장된다. ■ 다유전자 위험 점수의 정보 내용과 해석에 있어 네 가지 중요한 고려 사항 ① 알려진 정보 (Known information): PRS 분포상 개인의 위치를 나타냄 ② 알려지지 않은 정보 (Unknown information): 파악되지 않은 정보 가능성 ③ 잘못된 정보의 가능성 (Potential for incorrect information); 데이터의 기술적 편항으로 인한 잘못된 정보 가능성 ④ PRS의 의도된 사용 (Intended use of the PRS): 약물 요법에 PRS를 적용 시, 비교적 엄격하지 않은 정보의 포함 가능성 ■ 임상시험에서 다유전자 위험 점수 적용 시 한계점 ① 비(非)유럽계에 대한 근거 부족: PRS 데이터의 대부분은 유럽계 집단을 모집단으로 하고 있어, 타 인종 등에 적용 시 예측력에 한계가 있음 ② PRS 분포상 상대적인 개인의 위치를 나타내는 것으로, 개인이 평생 발현할 수 있는 질병 위험성 예측에는 한계가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