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필드 생명윤리위원회 영국 최초 시민 배심원제를 통해 안락사에 대한 논의 진행
영국 너필드 생명윤리위원회(Nuffield Council on Bioethics, 이하 NCOB)는 영국 최초 시민 배심원제(Citizens’ Jury) 운영을 통해 안락사에 대한 공공 의견을 조사한 바 있다. 안락사는 매우 복잡하고 민감한 윤리적 논란이 많은 주제로, 현재 영국에서 허용되진 않지만 이를 둘러싼 정치·사회적 논의는 지속적으로 활발하다.
2015년 웨스트민스터 의회에서 진행된 안락사에 대한 토론에서는 반대가 많았지만, 2024년 노동당 의원 킴 리드비터(Kim Leadbeater)가 발의한 말기 환자를 위한 법안(End of Life)이 통과되면서 관련 논의가 재점화되었다. 해당 법안의 통과로 죽음과 임종에 대한 논의가 공론화된 것은 긍정적이나, 신뢰할 수 있는 사회적 숙의의 근거가 없는 것은 분명한 문제로 지적된다.
NCOB는 대중이 안락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조사하여 분석하기 위해 영국 최초 시민 배심원제를 운영했다. 현재까지 안락사에 대한 대중의 인식 파악을 위한 자료는 대부분 여론조사와 설문조사에 의존해 왔으나, 이는 주로 이해관계를 가진 단체에 의해 수집되어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고 충분한 정보를 갖춘 대중의 판단을 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NCOB는 ‘추첨(sortition)’을 통해 영국 전역에서 34명의 시민 배심원 참가자를 모집하여 8주간의 숙의 과정을 거친 시민 배심원단의 논의를 그대로 기록한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해당 보고서는 투표에 참여한 대다수가 ‘말기 질환을 가진 성인의 안락사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해 큰 관심을 끌었다. 이후 NCOB는 안락사에 대한 시민 배심원제를 통해 도출된 내용을 바탕으로 ‘말기 진단 환자의 안락사 허용 여부’와 ‘영국 비거주자의 안락사 서비스 이용 가능성’등을 조사하기 위해 2,000명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 대다수는 안락사의 합법화를 원하고 있으며, 가장 선호하는 기준으로 ‘6개월 이내 말기 진단을 받은 성인’으로 나타났다. 18세 미만 미성년자와 영국 비거주자의 안락사 서비스 이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이는 정책 결정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공공 의견을 제공할 수 있으며 시민 배심원제와 같은 숙의 민주주의 방식이 더 널리 활용될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NCOB는 윤리적 통찰을 통해 공정성과 형평성을 갖춘 정책이 개발될 수 있도록 공공 및 정부 관계자들과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NCOB의 시민 배심원제 운영 절차> (1) 시민 배심원 선정 – 층화 표본 추출 방법(Stratified sampling method) (1단계)‘Sortition Foundation(공공토론패널 등 구성원 무작위 선정 비영리단체)’을 통해 영국 전역에 무작위로 7,000개 주소를 선택하여 각 가구에 우편 초대장 발송 (2단계) 초대장을 받은 가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의 성인은 누구나 시민 배심원단에 참여 가능. 영국 인구를 대표할 수 있도록 등록 시 인구통계학적 및 안락사에 대한 태도 관련 질문 에 대한 답변을 받음 (3단계) 추첨 알고리즘을 통해 무작위로 34명의 참가자를 선정함(최종 30명 투표 참여). 시민 배심원단 참가자의 연령 분포가 영국 전체 인구 연령 분포와 유사하도록 조정 및 설계 (2) 시민 배심원제 운영 총 7회 세션 진행 안락사 관련 발표(20회), 안락사에 대한 정확한 사실에 대한 자료(9건), 찬반 주장 각각 옹호그룹 브리핑(5건), 안락사 경험자 영상(5건) 등이 제시 (3) 시민 배심원단의 최종 투표 안락사에 대한 3가지 질문에 대해 시민 배심원단은 총 7회의 세션 중 마지막 대면 세션에서 최종 비밀 투표를 진행 |